특별한 아름다움, 철도원 김행균씨
지난 해 7월, 어느 평범한 철도원이 아이를 구하려다 두 다리를 잃게 됐다. 그리고 일년이 지나, 그 철도원은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복직했다. 그 사람은 바로 아름다운 철도원 김행균씨. 최근 그의 활기찬 모습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며 그의 미소를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롭게 단장한 서울역을 돌아가 그를 만나러 가는 길. 김행균씨를 만나러 왔다는 말에 얼마 지나지 않아 밝은 얼굴의 그를 만날 수 있었다.
“그저 조금 불편할 뿐이예요”
- 사고 전후, 가장 달라진 것이 있다면요?
김행균: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요. 달라진 건 없는데……조금 불편할 뿐이죠. 복직도 하고 정상적으로 생활도 하고 그래요. 스스로 달라진 것은 없다고 생각하죠.
- 가장 불편한 것은 어떤 건가요?
김행균:남들처럼 뛰어다니질 못하니깐 그게 좀 불편하다고 느낄 뿐입니다. 다 괜찮아요.
- 지금 건강은 어떠세요?
김행균:지금은 좋아요. 처음에는 적응하기가 어려웠어요. 의족을 신체일부로 만들려고 하다보니 많이 아프기도 했는데, 지금은 일상생활에 무리도 없고 제 다리처럼 느껴집니다.
- 따로 운동하시는 것이 있나요?
김행균:예전에는 애들이랑 농구도 하고 축구도 하고 했는데 지금은 일과가 끝나고 가까운 공원에서 산보도 하고 그래요. 농구도 하는데 골대 밑에서 공을 넣으면 잘 들어가요.
- 현재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김행균:서울철도지역본부에서 화물 사령일을 해요. 화물 열차를 통제하고 조정하는 일이죠.
- 전에 하던 일과 비교한다면요?
김행균:전에 하던 업무는 열차들이 정상적으로 운행되도록 관리하는 거였죠. 사고가 난 경우는 현장에 바로 뛰어가야 하던 일이었어요. 하지만 요새는 문제가 생기더라도 전화로 지시하고 하니까 뛰어다니는 일은 없어요. 두 일 모두 똑같다고 생각하고 마음에 들어요.
- 출퇴근은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김행균:부천인 집에서 회사까지 한시간 반 정도 걸립니다. 버스타고 지하철도 타고 그래요. 아침은 출근시간이라 불편하기야 하죠. 그래도 운동이라 생각하니까 좋습니다.
“오히려 제가 더 미안합니다”
- 그 때 구하신 어린이와 그 가족에게선 연락이 없는지요?
김행균: 그 때 상황이 아주 혼잡했어요. 새마을 열차가 원래 소리없이 들어오거든요. 사람도 많고 아이들 동반가족도 많은데, 아이들은 순간적으로 위험한 행동도 하고 그렇잖아요. 부모도 본인 아이인지 몰랐을 겁니다. 아직 연락은 없어요.
- 그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김행균: 할 얘기는 없습니다. 그저 그 아이가 마음에 상처 받지 않고 건강하게, 개의치 말고 잘 자라줬으면 해요. 그게 어떻게 보면 마음에 상처로 남을 수 있는 일이잖아요. 그런면에서 제가 오히려 더 미안하기도 합니다.
- 현재 우리나라의 교통 안전상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행균: 많이 부족하죠. 교통시설이나 도로시설이나 예전보다는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아요. 지하철 안전 장치는 신설된 역에는 조금씩 돼있는데 사실 많이 없죠. 나라에 여유가 있어서 많이 설치하면 좋은데 아직은……지금 그 계획도 계속 진행 중이라 하니 한 번에는 다 안되더라도 곧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구로역이나 신도림역은 특히 위험해요. 열차가 들어오는데도 손님들이 안전불감증에 걸려 앞으로 나서거나 우산대를 철로로 내밀기도 하잖아요. 그러다 실수로 떨어지기라도 하면 큰 사고가 발생하는 건 뻔합니다. 그리고 안전설치 사이로 들어와 계신 분도 많아 불안해요. 조심해주세요.
- 다음에 같은 일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김행균: 글쎄요……그때도 생각할 시간도 없이 순식간에 한 행동이었어요. 만약에 한 번이라도 생각했다면 이미 아이가 열차에 치였을 겁니다. 같은 상황이 생겼다면 아마 모든 어른들이 나와 같이 행동했을 거예요. 제가 특별한 게 아닙니다.
- 힘들 때 가장 힘이 되는 게 있다면요?
김행균: 가족이죠. 저보다 몇 배 더 힘들었을 거예요......병원에 10개월 정도 있었는데 수술도 여러 차례 했어요. 전신마취도 7번 하고......그래도 지금은 혼자서 다 할 수 있으니 괜찮아요. 아내랑 아이 둘이 있는데 아이들이 심부름도 잘하고 많이 도와줘요.
- 휴일엔 뭐 하시는지?
김행균: 가까운 도서관에 애들과 자주 갑니다. 거기서 영화도 상영해 주거든요. 영화 관람하고, 가까운 공원 산책이나 등산도 즐겨요. 계단이 있는 산은 등반할 수 있습니다.
- 어렸을 때 꿈이 있었다면요?
김행균:되게 많았었는데……. 철도청에서 일하고 싶은 꿈은 계속 있었어요. 그 때는 다들 살기가 어려워서 학비면제로 갈 수 있는 학교가 두 군데밖에 없었어요. 그런 것 때문에 철도학교에 입학했죠.
- 최근 올림픽 성화, 한국시리즈 8차전 시구, 마라톤 5km 코스 완주 등 많은 활동을 하셨습니다.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김행균:사람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힘든 사람들 사실 많잖아요. 몸이 불편하신 분, 경제적으로 어려우신 분들. 그런 괴롭고 힘든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습니다.
- 동화책도 나왔는데 말씀해주세요.
김행균: 출판사에 계신 분이 소재로 쓰고 싶다고 하셔서 그 분이 쓰셨어요. 가족 이야기가 주로 담겨 있어요. 잘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 팬이 많은데 가장 기억에 남는 팬이 있다면요?
김행균: 학생들이 가끔 찾아와요. 집에도 오고 집 근처에도 오고. 병원에 있을 때 찾아오던 학생들이예요. 철도 쪽으로 진로를 결정한 학생들도 있어서 반갑게 맞이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을 만나는 일이 즐거워요.
- 아름다운 철도원 카페가 있는데 자주 가시나요?
김행균: 가끔 들어가요. 팬레터도 오고 하는데 답장도 못해 미안합니다.
- 언론에 많이 알려지는 게 부담스럽진 않으신가요?
김행균: 부담가죠. 이제 예전 직장으로 다시 돌아왔고, 앞으로도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야 하는데 언론에서 많이 보도하니 부담 가는 게 사실입니다. 그저 평범한 직장인으로, 그리고 한 가정의 가장으로. 그렇게 제 역할에 충실하며 살고 싶어요.
-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김행균: 모든 사고가 우연으로 나기도 하지만 예방하면 줄일 수 있는 사고도 많습니다. 불안전한 행동 자제해 주셨으면 해요. 우리나라 사람 중에 안전불감증 걸린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주의해주시고 안전도 생각해주세요.
인터뷰 도중 만나는 회사동료들에게도 이런저런 안부를 묻는 김행균씨. 여느 회사에서나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그의 미소에는 특별한 행복이 묻어나오는 것 같다. 앞으로 평범한 회사원이 되고 싶다며 자신을 낮추는 그에게서 한없이 부끄러움을 느꼈던 하루. 사진을 위해 역사(驛舍)를 배경으로 포즈를 잡아준 그의 모습이 유독 빛나 보였다.
< 출처 : DCInside DC뉴스 >
이렇게 겸손한 사람이 존재할 수 있을까?
내 스스로가 부끄러워 질만큼 너무나 겸손하시다.
그 가족에게서 아무런 연락이 없는데도 오히려 자신이 미안하다고 하시는 아저씨의 말에서
는 한점의 악의도 없었고 분노도 없었다. 단지 아이들을 위한 마음이 진실되게 전해진다.
공자왈 맹자왈 시대 이후로,
세상에서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성인, 군자
존재하고 있었다.
철도원, 김행균씨라는 모습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