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2006. 6. 28.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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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
 
리영희(지은이),임헌영|한길사
 
 
 
나를 비롯한 나의 세대는 근현대한국사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다.
 
근대사 부분이 국사책의 말미라, 시험범위도 아니고 해서 공부를 안했고, 책에서도 자세히 이야기
 
안하고 선생님들도 굳이 자세하게 이야기 안했기 때문에 근 현대사에 대한 관심이 적었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가 민주화 이후에 살아온, 앞선 세대들의 피와 땀으로
 
풍요롭고 안락한 생활을 누려온, 세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억압 받던 과거를 겪어보지 못한 우리
 
세대는, 지난 날의 극우반공, 반민주화의 역사는 겪어보지 못하고 알고 싶지도 않은 우울한 과거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어렸을 때 듣던, 저 멀리 공주대학교에
 
서 들려오던 대학생들의 데모소리는 나의 달콤한 잠을 깨우고 내가 나가 놀고 싶을때 나갈수 없게
 
만드는 쓸때없는 일로만 여겨졌다. TV를 보면 '문민정부'라 이야기 하지만, 그것이 무엇이 다른지
 
이해할 수 없었고, 독일이 통일되고, 구소련과 동유럽이 개방화에 대한 이야기가 연일 나왔지만,
 
그것 또한 평화로운 나의 생활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일처럼 생각되었다.
 
 
그렇게, 국사책 뒷부분을 무시하고 조용히 살아가던 2002년, 기다리던 2002 한일 월드컵이 열렸다.
 
월드컵 본선 첫승, 조 1위로 16강 진출, 8강 진출 그리고 승부차기 끝에 4강을 이룩해낸 우리의 승리
 
때문에 많은 감동을 받았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큰 감동은 우리나라의 선전을 기원하기 위해
 
서울시청과 광화문 그리고 전국 각지의 광장에 모인 수백만의 응원인파를 보았을 때였다.
 
온 국민이 하나되어 태극전사의 승리를 기원했고 그렇게 모아진 기원들은 4강 신화를 이룩해냈다.
 
그 때부터 나는 광장에 대한 환상을 가지게 되었다. 나도 그 장소에 모여서 수많은 사람들과 하나가
 
되고 싶다는 마음과 함께. 나는 2006년에는 꼭 그곳에 가리라고 다짐을 하고 젊음과 열정의 발산할
 
수 있다는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내가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중요한 사건이 터졌다.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사건이 터진것이다.
 
국회의원들이 결의한 탄핵안은 국민들의 생각과는 다른 행동이었기에, 그에 반대하는 수많은 국민
 
들의 촛불시위 운동이 시작됐다. 물론, 나도 탄핵에 반대했기에 그 촛불행렬에 같이 동참하였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에 노무현 대통령이 왜 대통령으로 지지 받았는지 알게 되었고, 월드컵 이전에
 
민주화를 위해 수 많은 국민들이 광장에 모여 투쟁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단순히 한국의 승리
 
를 위해 모인 사람들이 아닌, 자신의 목숨을 걸고 국민의 자유와 민주화의 실현을 위해 모인 사람들
 
의 이야기는 월드컵 때의 감동보다 더 큰 감동을 자아내였다. 그러한 감동은 무관심하던 근현대한
 
국사에 대한 호기심에 불을 붙이게 됐다. 그리고 그 호기심은 리영희 선생님의 자서전격 도서인
 
'대화'를 접할 수 있게 해주었다. 정확히 말하면, 예전부터 자주 방문하던 도서갤러리에서 글을 하
 
나 보게 되었다. 근현대한국사를 알고 싶은데, 좋은 도서를 추천해달라는 글이었다. 거기에 달린 대
 
부분의 리플들은 리영희 선생님의 '대화'를 추천하였다. 그 글로 인해 '대화'와 나의 대화가 시작되
 
었다.
 
 
대화는 내가 읽어본 책들중에 두꺼운 책으로 정렬하면 손가락안에 들어갈 정도로 많은 페이지를 가
 
지고 있었다. 그러나 '대화'라는 책 이름답게 리영희 선생님과 임헌영 선생님의 대화로 이루어져있
 
기에 처음에 가졌던 부담감을 없애고 금방 책에 몰입할 수 있었다. 이야기는 리영희 선생님이 어렸
 
을 때였던, 일제시대인 1930년대부터 시작한다. 선생님의 아버지, 어머니의 이야기에서부터 경성
 
중학교를 다녔던 이야기까지 선생님이 겪으셨던 일제시대를 진솔하게 이야기하셨다. 현실에 적응
 
하고 살던 국민들과 힘겹게 독립운동을 하는 독립투사들을 잡는 일본 순경이 된 국민들이 공존하
 
는 시대였다. 그리고 그 시대를 지나 독립이 되었지만, 민족은 둘로 갈라졌고 독립운동을 했던
 
독립투사들은 사회에서 존중 받지 못하고 힘겹게 살아야만했고 그들을 잡아들이고 고문하고 죽인
 
과거 일본 순경들과 군인들을 광복 한국에서 요직을 차지하는 것으로 독립한국의 근현대사가 시작
 
된다. 그리고 그 잘못된 연결고리는 아직까지도 끊어지지 않았다.
 
 
근 50년간의 역사를 거의 처음 접하고 머리에 신선한 충격과 함께 집어넣었더니 정신이 없고
 
여기까지 쓰는데 한시간이 넘게 걸렸더니 힘이 무척 든다. 어짜피 책에 대한 이야기를 책보다 잘
 
이야기 할수 없을 것이고, 책을 읽어본 사람에게는 더 이상의 말이 필요없을 것이다. 끝은
 
대화의 서문에 나온 글로 대신한다.
 
 
  " 글은 쓰는 나의 유일한 목적은 '진실'을 추구하는 오직 그것에서 시작하고 그것에서 그친다.
    진실은 한 사람의 소유물일 수 없고 이웃과 나누어야 하는 까닭에,
    그것을 위해서는 글을 써야 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우상'에 도전하는 행위이다.
    그것은 언제나 어디서나 고통을 무릅써야 했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영원히 그럴 것이다.
    그러나 그 괴로움 없이 인간의 해방과 행복, 사회의 진보와 영광은 있을 수 없다.  "
 
                                                                    - 우상과 이성 (1977) 머리말에서, 리영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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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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